‘보존을 넘어 공존으로’, 금기형·김덕순·김영재·안재홍·전진성 지음, 학고재, 260쪽, 2만2000원
서울--(뉴스와이어)--폐허가 된 유적을 복원하는 일은 돌과 건물을 되살리는 일에 그칠까. 학고재에서 출간된 ‘보존을 넘어 공존으로’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문화유산을 단순한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회복하는 힘으로 바라본다. 국제사회가 마주한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서 문화유산 기반 국제개발협력(ODA)이 왜 중요한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앞서 발간된 ‘문화유산과 국제개발협력’(2024, 학고재)에 이어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 ODA 전문가들이 함께한 프로젝트 출간이다.
ODA는 오랫동안 보건·교육·인프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문화와 유산은 ‘이후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계 곳곳의 경험은 문화유산이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회복력을 만들어내는 핵심 자원임을 보여준다. ‘보존을 넘어 공존으로’는 바로 그 변화의 흐름을 정면에서 다룬다.
책은 유네스코 재정구조와 문화유산 신탁기금, 무형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보존을 둘러싼 국제 권력의 문제, 디지털 문화유산의 가능성과 윤리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특히 ‘누구의 기억을, 누구의 관점으로, 누구와 함께 지켜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놓고 문화유산 ODA의 본질을 되짚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문화유산 ODA를 ‘시혜’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 협력의 이름 아래 반복될 수 있는 지식 권력의 불균형과 현지 공동체의 배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상호 존중과 수평적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깊게 흐른다.
저자로는 문화유산 국제협력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해 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금기형 문화유산창의공간 대표, 김덕순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ICHCAP) 연구자,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안재홍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 전진성 한국유네스코연구소 소장이 공동 집필했다. 정책·현장·기술·국제기구를 아우르는 필진들의 경험이 한 권에 담기며 이론과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드문 경험을 가진 국가다. ‘보존을 넘어 공존으로’는 바로 그 경험 위에서 한국이 앞으로 국제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협력해야 하는지 묻는다. 문화유산을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와 공존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지금, 이 책은 문화와 개발협력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꿈꾸던 가치 지향적 연대와 수평적 존중이 무너지는 현실을 고뇌하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꿈꾸는 이들의 필독서다.
학고재 소개
도서출판 학고재는 1991년 학고재 갤러리에서 시작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남한산성’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내며 한국 문화 미술 분야 중심의 출판사로 성장했다. 학고재는 문화예술 콘텐츠에 관심 있는 독자, 인문 교양 독자 등 대중성보다 취향과 깊이를 중시하는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